파행/이진수 파행/이진수 그때 나는 십 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중간에 교통사고 소 식만을 다른 사람을 통해 전해준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청 양 5일장 어물전 한 귀퉁이 꽃게 파는 아주머니의 다라이에서는 게들이 물 밖으로 나 오려고 기를 쓰고 있었다 저만치 평화기물상사 앞에서 나 있 는 쪽으로 다가오는 .. 시를♠읽고 -수필 2011.05.28
대청에 누워/박정만 대청에 누워/박정만 나 이 세상에 있을 땐 한 칸 방 없어서 서러웠으나 이제 저 세상의 구중궁궐 대청에 누워 청모시 적삼으로 한 낮잠을 뻐드러져서 산뻐꾸기 울음도 큰댓자로 들을 참이네. 어차피 한참이면 오시는 세상 그곳 대청마루 화문석도 찬물로 씻고 언뜻언뜻 보이는 죽순도 따다 놓을 터이.. 시를♠읽고 -수필 2011.05.28
어느 비대칭 장단/권순진 어느 비대칭 장단/권순진 어느 보험회사 직원들의 멀리 소풍 갔다 돌아오는 길이다 방향이 같은 김 과장과 이 여사가 카풀로 동승했고 박 여사도 이웃인 강 대리의 승용차 옆자리에 올라탔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참을 달리다 보니 어둑하게 서쪽 하늘이 물들 듯 피곤이 내려와 앉았다 김 과장은 깍.. 시를♠읽고 -수필 2011.05.28
내가 던진 물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갈 때/권혁웅 내가 던진 물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갈 때/권혁웅 그날 내가 던진 물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갈 때 물결이 물결을 불러 그대에게 먼저 가 닿았습니다 입술과 입술이 만나듯 물결과 물결이 만나 한 세상 열어 보일 듯 했습니다 연한 세월을 흩어 날리는 파랑의 길을 따라 그대에게 건너갈 때 그대는 흔.. 시를♠읽고 -수필 2011.05.28
어머니/박성우 어머니/박성우 끈적끈적한 햇살이 어머니 등에 다닥다닥 붙어 물엿인 듯 땀을 고아내고 있었어요 막둥이인 내가 다니는 대학의 청소부인 어머니는 일요일이었던 그날 미륵산에 놀러 가신다며 도시락을 싸셨는데 웬일인지 인문대 앞 덩굴장미 화단에 접혀 있었어요 가시에 찔린 애벌레처럼 꿈틀꿈틀 .. 시를♠읽고 -수필 2011.05.28
근위병/하이네 근위병/하이네 프랑스로 돌아가는 두 근위병. 그들은 러시아의 포로였었다. 독일의 병영에 막 도착했을 때 두 사람은 고개를 떨구었다. 거기에서 슬픈 소문을 듣게 되었나니 프랑스는 전쟁에 패배하였고 대군은 뿔뿔이 흩어졌으며-, 황제께서, 황제께서 잡히셨단다. 두 사람은 서로 힘껏 끌어안으며 .. 시를♠읽고 -수필 2011.05.28
봄비/이재무 봄비 이재무 1 봄비의 혀가 초록의 몸에 불을 지른다 보라, 젖을수록 깊게 불타는 초록의 환희 봄비의 혀가 아직, 잠에 혼곤한 초록을 충동질 한다 빗 속을 걷는 젊은 여인의 등허리에 허연 김 솟아오른다 2 사랑의 모든 기억을 데리고 강가로 가다오 그리하여 거기 하류의 겸손 앞.. 시를♠읽고 -수필 2011.05.28
이팝나무 꽃 피었다/김진경 이팝나무 꽃 피었다/김진경 1 촛불 연기처럼 꺼져가던 어머니 "바―압?" 마지막 눈길을 주며 또 밥 차려주러 부스럭부스럭 윗몸을 일으키시다 마지막 밥 한 그릇 끝내 못 차려주고 떠나는 게 서운한지 눈물 한 방울 떨어뜨리신다. 2 그 눈물 툭 떨어져 뿌리에 닿았는지 이팝나무 한 그루 먼.. 시를♠읽고 -수필 2011.05.28
우스개 삼아 /이시카와 타꾸보꾸 우스개 삼아 /이시카와 타꾸보꾸 우스개 삼아 엄마를 업었으나 그 너무 가벼움에 눈물겨워져 세 발짝도 못 걸었네 -「世界의 名詩」김희보 편저. 종로서적 어머니를 업어본 적이 있나요. 무심히 흐르는 세월 속에 알맹이마저 자식들에게 다 빼 준 어머니는 몸도 마음도 자꾸만 가벼워져 갑니다. 오래 .. 시를♠읽고 -수필 2011.05.28
쟁기/박재희 쟁기/박재희 끝나지 않은 노동이 헛간에 걸려 먼지 쌓인 시간을 갈고 있다 우직한 황소의 붉은 근육이 비틀리던 저 군살 박힌 삶들 거미줄 엉킨 텁텁한 헛간에서 그날의 노동이 경련처럼 일어난다 봄이면 제일 먼저 쟁기를 손질하시던 아버지 막걸리 한 사발에 쟁기 걸고 황소 앞세우면 날 끝에서 갈.. 시를♠읽고 -수필 2011.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