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의 겨울 창고/김동호 다람쥐의 겨울 창고/김동호 다람쥐의 겨울 창고를 가보았다 도토리 99개 개암 32개 밤 17개 ---- 이상하다 온 산이 제 것인데 왜 그렇게만 갖다 놓았을까 나같으면 고소한 개암 300개 달콤한 밤 200개 쓰고 떪은 도토리는 0개 그렇게 갖다 놓았을 것 같은데 - 문학과창작 97년3월 청설모와 영역이 겹쳐 그 수.. 시를♠읽고 -수필 2010.06.14
오산 인터체인지 / 조병화 오산 인터체인지 조병화 자, 그럼 하는 손을 짙은 안개가 잡는다 넌 남으로 천리 난 동으로 사십리 산을 넘는 저수지 마을 삭지 않는 시간, 삭은 산천을 돈다 燈은, 덴막의 여인처럼 푸른 눈 긴 다리 안개 속에 초조히 떨어져 있고 허허들판 작별을 하면 말도 무용해진다 어느새 이곳 자, .. 시를♠읽고 -수필 2010.06.01
떠도는 자의 노래/신경림 떠도는 자의 노래 신경림 외진 별정우체국에 무엇인가를 놓고 온 것 같다 어느 삭막한 간이역에 누군가를 버리고 온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문득 일어나 기차를 타고 가서는 눈이 펑펑 쏟아지는 좁은 골목을 서성이고 쓰레기들이 지저분하게 널린 저잣거리도 기웃댄다 놓고 온 것을.. 시를♠읽고 -수필 2010.05.28
복상사(腹上死)/이덕규 복상사(腹上死)/이덕규 쟁기질하던 낡은 경운기 한 대가 보습을 흙 속에 박은 채, 밭 가운데 그 대로 멈춰서 있다 평생 흙 위에서 헐떡거리다가 한순간 숨이 멈춰버린 늙은 오입꾼처럼 평소 그에게 시달렸던 잡초들 우북히 달라붙어 그를 헐뜯는 동안 마지막 남은 양기를 한끝에 모아 땅.. 시를♠읽고 -수필 2010.05.28
오누이/김사인 오누이/김사인 57번 버스 타고 집에 오는 길 여섯살쯤 됐을까 계집아이 앞세우고 두어살 더 먹었을 머스마 하나이 차에 타는데 꼬무락꼬무락 주머니 뒤져 버스표 두 장 내고 동생 손 끌어다 의자 등을 쥐어주고 저는 건드렁 손잡이에 겨우겨우 매달린다 빈 자리 하나 나니 동생 데려다 앉히고 작은 것.. 시를♠읽고 -수필 2010.05.26
너와집/박미산 너와집/박미산 갈비뼈가 하나씩 부서져 내리네요 아침마다 바삭해진 창틀을 만져보아요 지난 계절보다 쇄골 뼈가 툭 불거졌네요 어느새 처마 끝에 빈틈이 생기기 시작했나 봐요 칠만 삼천 일을 기다리고 나서야 내 몸속에 살갑게 뿌리 내렸지요, 당신은 문풍지 사이로 흘러나오던 따뜻.. 시를♠읽고 -수필 2010.05.26
적멸寂滅/최금녀 적멸寂滅/최금녀 비 그친 뒤 잔디밭 여기저기에 흙거품이 솟아났다 지렁이가 뚫어놓은 숨구멍이다 봄볕이 비오듯 쏟아지고 하늘도, 숨구멍도, 잔디밭도 수런거리는데 지렁이는 배 뒤집고 누워 꼼짝 않는다 습기 찬 땅속보다는 숨통이 트인다는 뜻일까, 비 지나간 하늘 초록이 짙푸르게 일어나고 짙푸.. 시를♠읽고 -수필 2010.05.26
접신接神한다/최금녀 접신接神한다/최금녀 이보耳報라는 말은 귀신이 사람 귀에다 대고 정보를 준다는 말인데 귀신의 소리라, 사전에도 없다 귀신 소리를 알아차리자면 접신해야 하고 접신하려면 아무래도 산의 심지 속을 파고 들어가 절벽 밑에 촛불을 밝히고 술도 치고 수백 번 수천 번 허리 굽혀야 하리라 물소리, 바람.. 시를♠읽고 -수필 2010.05.26
몸바쳐 밥을 사는 사람 내력 한마당/고정희 밥과 자본주의 몸바쳐 밥을 사는 사람 내력 한마당/고정희 (쑥대머리 장단이 한바탕 지나간 뒤 육십대 여자 나와 아니리조로 사설) 구멍 팔아 밥을 사는 여자 내력 한 대목 조선 여자 환갑이믄 세상에 무서운 것 없는 나이라지만 내가 오늘날 어떤 여자간디 이 풍진 세상에 나와서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시를♠읽고 -수필 2010.05.25
밥과 자본주의 /고정희 고정희 유고시집遺稿詩集 제 1부 1 밥과 자본주의 평등하라 평등하라 평등하라 하느님이 펼쳐주신 이 땅 위에 하녀와 주인님이 살고 있네 하녀와 주인님이 살고 있는 이 땅 위에서는 밥은 나눔이 아니네 밥은 평화가 아니네 밥은 자유가 아니네 밥은 정의가 아니네 아니네 아니네 평등하라 펼쳐주신 .. 시를♠읽고 -수필 2010.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