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연기 박희선 찐 고구마 두 개 두유 한 통으로 복사꽃 그늘에서 새참을 먹었다 내 뱃속에서 밥 달라고 보채는 청개구리 울음을 간신히 잠재웠다 온종일 쇠스랑으로 감자밭만 장만하고 빈 지게만 지고 돌아오는데 누가 내 허리에 천 근 납덩이를 매달았나 두 무릎에서는 자갈자갈 자갈밭 밟는 소리가 너무나 아팠다 산 그림자 속에 외딴집 굴뚝에 저녁연기가 꿈처럼 올라간다 지난겨울 큰 수술을 받은 아내가 일어난 것일까 아침에 차려주고 온 흰죽을 다 비웠을까 잠자던 아궁이에 누가 불을 지피는가 누군가 부엌문을 반쯤 열고 나와 한 번만 웃어주었으면 정말 행복하겠다 내가 너무 큰 욕심을 부렸나 봄 하늘 초승달이 내 마음 먼저 알고 까르르 웃는다 ―『문학과창작』)2022-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