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지하 최연하 유빙처럼 떠도는 영혼들 널빤지 위에 웅크린 잠 신문지로 불안한 잠을 덮고 가슴속 상처를 감추고 있습니다 시멘트 바닥의 냉기보다 가족에게서 잊히는 것이 더 두려운 사람들 술병을 아내처럼 끼고 삽니다 경로를 이탈한 오작동을 누가 복원해 줄 수 있을까요 바닥에서 몸 하나 일으켜 세우지 못하는 무기력에 점점 음지가 되어갑니다 해를 등지고 멀리 와 버린 사람들 과거로 페달을 돌려보지만, 눈을 뜨면 늘 제자리에 멈춰있습니다 한 줌 햇살이 아쉬운 깊은 지하도 떠나지 못한 사람들이 역 하나를 붙잡고 빙빙 돌고 있습니다 ㅡ계간 《열린시학》 (2022,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