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추*에 관한 명상 문무학 만약에 네가 풀이 아니고 새라면 네 가는 울음소리는 분명 비비추 비비추 그렇게 울고 말거나 비비추 비비추. 그러나 너는 울 수 없어서 울 수가 없어서 꽃대궁 길게 뽑아 연보라빛 종을 달고 비비추 그 소리로 한번 떨고 싶은 거다 비비추. 그래 네가 비비추 비비추 그렇게 떨면서 눈물나게 연한 보랏빛 그 종을 흔든다면 잊었던 얼굴 하나가 눈 비비며 다가선다. * 백합과 다년생의 산초. 7~8월에 개화하며 산지의 어둡고 습한 암벽, 너도밤나무 등의 고목 줄기에 착생함. ㅡ권갑하엮음『현대시조대표작』(알토란북스, 2018) 2021년 2월 14일 20분 26분 일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