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모음 시♠비교 시♠같은 제목 시 784

발다로의 연인들 / 강인한 - 발다로의 연인 / 김세형 -루시* / 김정임

발다로의 연인들 강인한 독화살이 심장을 파고들어 마침내 숨을 끊은 콸콸 더운 피를 끄집어낸 곳, 여기쯤인가 부러진 뼈 한 도막 몇 날 몇 밤의 증오를 순순히 받아들인 곳 피는 굳고, 벌들이 찾던 꽃향기는 언제 희미해진 것일까 부릅뜬 눈으로 빨아들인 마지막 빛은 사랑하는 이여 당..

박후기의 울림을 주는 시 한 편 (1 ~153 ) - 목록과 시

박후기의 울림이 있는 시 한 편 (1 ~ 153) - 목록과 시 001 김종삼 - 민간인(民間人) 002 함민복 - 긍정적인 밥 003 마르틴 니묄러 - 그들이 처음 왔을 때 004 오규원 - 죽고 난 뒤의 팬티 005 황지우 -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006 김중식 - 이탈한 자가 문득 007 박정대 - 내 청춘의 격..

거미줄 - 정호승 / 이문재 / 강미정 / 정은기

거미줄 정호승 산 입에 거미줄을 쳐도 거미줄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거미줄에 걸린 아침 이슬이 햇살에 맑게 빛날 때다 송이송이 소나기가 매달려 있을 때다 산 입에 거미줄을 쳐도 거미줄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진실은 알지만 기다리고 있을 때다 진실에도 기다림이 필요하다고 진실은 ..

구부러진 길 / 이준관 - 구부러진 길 / 이만섭

구부러진 길 이준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듯이 들꽃도 많이 ..

냉장고 - 이재무 / 김기상 / 강연호

냉장고 이재무 한밤중 늙고 지친 여자가 울고 있다 그녀의 울음은 베란다를 넘지 못한다 나는 그녀처럼 헤픈 여자를 본 적이 없다 누구라도 원하기만 하면 그녀의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그녀 몸 속엔 그렇고 그런 싸구려 내용들이 진열되어 있다 그녀의 몸엔 아주 익숙한 내음이 배어 ..

형수의 밥상 / 홍사성 - 당진형수사망급래 / 이종성 - 사촌형수 / 이길원

형수의 밥상 홍사성 빈소 향냄새에 그 냄새 묻어 있었다 첫 휴가 나왔을 때, 감자 한 말 이고 뙤약볕 황톳길 걸어 장에 갔다 와 차려낸 고등어조림 시오리 길 다녀오느라 겨드랑이로 흘린 땀 냄새 밴 듯 콤콤했다 엄마 젖 그리워 패악 치며 울 적마다 가슴 열어 빈 젖 물려주던 맛과 똑 같..

들국화 / 천상병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69)

들국화 ―천상병(1930∼1993) 산등성 외따른 데, 애기 들국화. 바람도 없는데 괜히 몸을 뒤뉘인다. 가을은 다시 올 테지. 다시 올까? 나와 네 외로운 마음이, 지금처럼 순하게 겹쳐진 이 순간이…… ―일간『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 169』(동아일보. 2013년 10월 16일) --------------- 들국화 천상병..

외도 / 박완호 - 외도 / 오명선

외도 박완호 그리움의 거처는 언제나 바깥이다 너에게 쓴 편지는 섬 둘레를 돌다 지워지는 파도처럼 그리로 가 닿지 못한다 저마다 한 줌씩의 글자를 몰고 날아드는 갈매기들, 문장들을 내려놓지 못하고 바깥을 떠돌다 지워지는 저녁, 문득 나도 누군가의 섬일 성싶다 뫼비우스의 길을 ..

헝가리 식당 / 이영주

헝가리 식당 이영주 헝가리 식당에 앉아 있다. 내 목을 만져보면서. 침묵에는 아무 맛도 나지 않는다는 것을…… 이런 기후는 맛없이 천천히 간다. 아무런 이상 징후가 없는. 아름다운 철창 밑에 있다. 원래의 언어로 돌아가는 것인가. 조용히 있다 보면 감각은 끔찍해진다. 수염까지 붉게..

오세영 - 그릇 / 겨울 노래 / 음악 / 열매

(현대시 100주년 문학과지성사에서 출판한 한국문학선집에 수록된 시 4편) 그릇 오세영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절제(節制)와 균형(均衡)의 중심에서 빗나간 힘, 부서진 원은 모를 세우고 이성(理性)의 차가운 눈을 뜨게 한다. 맹목(盲目)의 사랑을 노리는 사금파리여, 지금 나는 맨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