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모음 시♠비교 시♠같은 제목 시 784

경전 - 이은규/장혜원/이종섶/복효근/박해람/김해자/이덕규/박해림/김일태/강수니

추운 바람을 신으로 모신자들의 경전 이은규 어느 날부터 그들은 바람을 신으로 여기게 되었다 바람은 형상을 거부하므로 우상이 아니다 떠도는 피의 이름, 유목 그 이름에는 바람을 찢고 날아야 하는 새의 고단한 깃털 하나가 흩날리고 있을 것 같다 유목민이 되지 못한 그는 작은 침대..

이하석 - 부서진 활주로 / 강변 유원지 1 / 초록의 길 / 대가천 2 ―은어낚시

(현대시 100주년 문학과지성사에서 출판한 한국문학선집에 수록된 시 4편) 부서진 활주로 이하석 활주로는 군데군데 금이 가, 풀들 솟아오르고, 나무도 없는 넓은 아스팔트에는 흰 페인트로 횡단로 그어져 있다. 구겨진 표지판 밑 그인 화살표 이지러진 채, 무한한 곳 가리키게 놓아 두고. ..

마흔 살 - 유안진/안도현/이문재/김소연/송재학

마흔 살 유안진 강물이 끝나는 그 자리가 바다이듯 젊은 눈물 마른 나이에는 눈물의 바다에 이르고 마는가 이제 나의 言語는 소리 높은 파도 한 번을 외쳐도 천만 마디 아우성이며 이제 나의 몸짓은 몸부림치는 물결 천만 번을 풀어내도 한 매듭의 춤사위일 뿐 그래 마흔 살부터는 눈물의..

사십 / 윤동재 - 사십(四十) / 나태주 - 사십 / 복효근 - 마흔 / 이영주 - 사십세 / 박후기

사십 윤동재 야간 대학 국문과 1학년 고전 문학의 이해 시간 국문과 신입생 가운데 올해 나이 딱 사십인 중학교 3학년 딸까지 둔 주부 학생 이숙자 씨가 떡 버티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시간 강사만 십 년째라는 박 아무개 시간 강사가 여자 나이 사십이면 장승도 돌아보지 않는다고 하는 옛..

공무도하 / 최치언 - 신 공무도하가 / 김택희

공무도하 최치언 자주달개비 꽃을 가리키던 너의 손끝에서 반쯤 지워진 흰 매니큐어를 보았다 달을 밀어올리고 있는 마디 굵은 주름도 보였다 살짝 벌어진 조갑지만한 미소를 누구에게 배웠는지 내 가슴 어딘가를 깊게 찔렀다 나온 너의 손끝을 조용히 달개비 꽃 대신 바라보았다 우린, ..

김명인 - 화엄(華嚴)에 오르다 / 동두천 1 / 소금바다로 가다 / 침묵

(현대시 100주년 문학과지성사에서 출판한 한국문학선집에 수록된 시 4편) 화엄(華嚴)에 오르다 김명인 어제 하루는 화엄 경내에서 쉬었으나 꿈이 들끓어 노고단을 오르는 아침 길이 마냥 바위를 뚫는 천공 같다, 돌다리 두드리며 잠긴 山門을 밀치고 올라서면 저 천연한 수목 속에서도 안..

천상병 - 들국화 / 들국화

들국화 천상병 산등성 외따론 데, 애기 들국화. 바람도 없는데 괜히 몸을 뒤뉘인다. 가을은 다시 올 테지. 다시 올까? 나와 네 외로운 마음이, 지금처럼 순하게 겹친 이 순간이…… -시집『천상병 전집』(평민사, 2007) ■ ·70. 6.『창작과 비평』에 발표. -------------------- 들국화 천상병 84년 1..

강 - 박남희/황인숙/박기동/도종환/곽재구/강연호/안도현/한승원/김석규/문정희/김수열/이성복...외

강 박남희 저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직 전하지 못한 편지가 있습니다 너무 길기 때문입니다 그 편지를 저는 아직도 쓰고 있습니다 - 시집『고장 난 아침』 (애지, 2009) --------------------- 강 황인숙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

못잊어 / 김소월 - 님의 침묵 / 한용운 - 앞날 / 이성복

못잊어 김소월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라. 못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세월만 보내시구려,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 한긋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나지나요?" ―시집『진달래..

김준태 - 감꽃 / 형제 / 참깨를 털면서 /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

(현대시 100주년 문학과지성사에서 출판한 한국문학선집에 수록된 시 4편) 감꽃 김준태 어릴적엔 떨어지는 감꽃을 셌지 전쟁통엔 죽은 병사들의 머리를 세고 지금은 엄지에 침 발라 돈을 세지 그런데 먼 훗날엔 무엇을 셀까 몰라 (『참깨를 털면서』.창작과비평사. 1977) ----------------------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