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모음 시♠비교 시♠같은 제목 시 784

내 사랑은 -송수권/박재삼

내 사랑은 송수권 저 산마을 산수유꽃도 지라고 해라 저 아래뜸 강마을 매화꽃도 지라고 해라 살구꽃도 복사꽃도 앵두꽃도 지라고 해라 하구 쪽 배밭의 배꽃들도 다 지라고 해라 강물 따라가다 이런 꽃들 만나기로서니 하나도 서러울 리 없는 봄날 정작 이 봄은 뺨 부비고 싶은 것이 따로..

3월 -조은길/임영조/오세영/박서영

3월 조은길 벚나무 검은 껍질을 뚫고 갓 태어난 젖빛 꽃망울들 따뜻하다 나는 문득 대중 목욕탕이 그리워진다 뽀오얀 수증기 속에 스스럼없이 발가벗은 여자들과 한통속이 되어 서로서로 등도 밀어주고 요구르트도 나누어 마시며 볼록하거나 이미 홀쭉해진 젖거슴이거나 엉덩이거나 검..

봄/이성부 -봄날의 눈사람/박홍점

봄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미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

사람꽃 -고형렬/최서림

사람꽃 고형렬 복숭아 꽃빛이 너무 아름답기로서니 사람꽃 아이만큼은 아름답지 않다네 모란꽃이 그토록 아름답다고는 해도 사람꽃 처녀만큼은 아름답지가 못하네 모두 할아버지들이 되어서 바라보게, 저 사람꽃만큼 아름다운 것이 있는가 뭇 나비가 아무리 아름답다고 하여도 잉어가 ..

안부 시 모음 - 황지우/이동백/나태주/장이지/김수유/장석남/곽효환/김시천/정다혜/정병근/윤성택 ...외

안부 1 황지우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어머님 문부터 열어본다. 어렸을 적에도 눈뜨자마자 엄니 코에 귀를 대보고 안도하곤 했었지만, 살았는지 죽었는지 아침마다 살며시 열어보는 문; 이 조마조마한 문지방에서 사랑은 도대체 어디까지 필사적인가? 당신은 똥싼 옷을 서랍장에 숨겨놓..

종로 5가/신동엽 - 東豆川 4 /김명인

종로 5가 신동엽 이슬비 오는 날, 종로 5가 서시오판 옆에서 낯선 소년이 나를 붙들고 동대문을 물었다. 밤 열한 시 반, 통금에 쫓기는 군상 속에서 죄 없이 크고 맑기만 한 그 소년의 눈동자와 내 도시락 보자기가 비에 젖고 있었다. ​ 국민학교를 갓 나왔을까. 새로 사 신은 운동환 벗어 ..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김광규 -또 다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최영미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김광규 4·19가 나던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정치와는 전혀 관계없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론 없는 모임을 ..

해남길, 저녁/이문재 -해남으로 보내는 편지/박준

해남길, 저녁 이문재 먼저 그대가 땅끝에 가자고 했다 가면, 저녁은 더 어둔 저녁을 기다리고 바다는 인조견 잘 다려놓은 것으로 넓으리라고 거기, 늦은 항구 찾는 선박 두엇 있어 지나간 불륜처럼 인조견을 가늘게 찢으리라고 땅끝까지 그대, 그래서인지 내려가자 하였다 그대는 여기가 ..

신순말 -봄날은 간다 3 외 6편

신순말 -봄날은 간다 3 외 6편 봄날은 간다 3 소 매미 4 달팽이 은해사 사랑나무 가을 전령 오래된 골목 ------------------ 봄날은 간다 3 신순말 멀리서 보는 풍경은 아름답다 당신과 나의 거리는 아름다움만을 바라보기엔 지치도록 가까웠던 모양 풀밭을 건너고 물결을 지나고 아득해지기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