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력/ 김선우 -나는 여기 피어 있고/이순현 내력/ 김선우 몸져누운 어머니의 예순여섯 생신날 고향에 가 소변을 받아드리다 보았네 한때 무성한 숲이었을 음부 더운 이슬 고인 밤 풀 여치들의 사랑이 농익어 달 부풀던 그곳에 황토먼지 날리는 된비알이 있었네 비탈진 밭에서 젊음을 혹사시킨 산간 마을 여인의 성기는 비탈을 닮아..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모음 시♠비교 시♠같은 제목 시 2018.05.23
운주사 시 모음 -권정우/신현정/임영조/김신예/김창완/허형만/함민복/이재무 외... 운주사 와불 권정우 천 개의 부처가 뿔뿔이 흩어져버린 뒤에도 나 당신 곁을 떠나지 않을 테지만… 당신 곁에 또다시 천년을 누워 있어도 손 한번 잡아주지 않을 걸 알면서도… 천 개의 석탑이 다시 바위로 들어가 버린 뒤에도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 변치 않겠지만… 내가 당신 곁에 얼마..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모음 시♠비교 시♠같은 제목 시 2018.05.22
탁란 시 모음 -김선우/오세영/박미라/강희안/김신용 탁란* 김선우 암자의 겨울 아침은 난생(卵生)설화로부터 시작된다 계곡 아랫녘엔 노(老)보살의 빨래 방망이질 소리, 푸른 강보에 싸인 갓 낳은 알 하나가 목젖 부은 뻐꾹새 울음으로 지상에 내려온다 남의 둥지에 슬픔 한 알을 낳아 놓는 순간이 한겨울에도 부득불 얼음장을 깨고 앉은 노(..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모음 시♠비교 시♠같은 제목 시 2018.05.18
산 시 모음 -유승도/김광림/정희성/남유경/함민복/조동례고영조/이자규/도종환 등 산 유승도 나는 둥그런 산에 산다 나무와 밭으로 뒤덮인 산, 숲에서 나온 물줄기는 밭을 가로질러 산 아래 들판으로 흐른다 가끔은 구름이 내 오두막을 감싸기도 한다 내 산엔 산 같은 무덤들이 있다 아버지 어머니도 산에 묻혔다 아버진 말이 없는 분이셨다 얼굴을 본 기억이 없는 어머..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모음 시♠비교 시♠같은 제목 시 2018.02.23
바람의 시 편들 -정한모 바람 속에서 정한모 1. 내 가슴 위에 바람은 발기발기 찢어진 기폭 어두운 산정에서 하늘 높은 곳에서 비정하게 휘날리다가 절규하다가 지금은 그 남루의 자락으로 땅을 쓸며 경사진 나의 밤을 거슬러 오른다 소리는 창밖을 지나는데 그 허허한 자락은 때묻은 이불이 되어 내 가슴 위에 ..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모음 시♠비교 시♠같은 제목 시 2018.02.10
[이병기] 난초/냉이꽃/고향으로 돌아가자/이병기 난초 이병기 1 한 손에 책(冊)을 들고 조오다 선뜻 깨니 드는 볕 비껴가고 서늘바람 일어오고 난초는 두어 봉오리 바야흐로 벌어라 2 새로 난 난초잎을 바람이 휘젓는다 깊이 잠이나 들어 모르면 모르려니와 눈 뜨고 꺾이는 양을 차마 어찌 보리아 산듯한 아침 볕이 발틈에 비쳐들고 난초 ..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모음 시♠비교 시♠같은 제목 시 2017.12.29
이태극 -꽃과 여인/교차로/산딸기/서해상(西海上)의 낙조 (현대시 100주년 문학과지성사에서 출판한 한국문학선집에 수록된 시조 4편) 꽃과 여인 이태극 1 가득 함초로히 마주 연 입술과 입술 구겨진 마음씨도 해밝은 거울인데 계절이 노을진 아침 보람만 찬 기슭이네 2 부분 가슴 그저 꿈이도록 영롱하고 벌나비 사려가며 내 자란 정열이기 태양..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모음 시♠비교 시♠같은 제목 시 2017.12.28
영진설비 돈 갖다주기/박철 - 외상값 갚는 날/김회권 영진설비 돈 갖다주기 박 철 막힌 하수도 뚫은 노임 4만원을 들고 영진설비 다녀오라는 아내의 심부름으로 두 번이나 길을 나섰다 자전거를 타고 삼거리를 지나는데 굵은 비가 내려 럭키슈퍼 앞에 섰다가 후두둑 비를 피하다가 그대로 앉아 병맥주를 마셨다 멀리 쑥꾹 쑥꾹 쑥꾹새처럼 ..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모음 시♠비교 시♠같은 제목 시 2017.11.04
밥 시 모음 -장석주/설태수/박복영/나태주/김나영... 외 밥 장석주 귀 떨어진 개다리 소반 위에 밥 한 그릇 받아놓고 생각한다. 사람은 왜 밥을 먹는가. 살려고 먹는다면 왜 사는가 한 그릇의 더운 밥을 먹기 위하여 나는 몇 번이나 죄를 짓고 몇 번이나 자신을 속였는가. 밥 한 그릇의 사슬에 매달려 있는 목숨 나는 굽히고 싶지 않은 머리를 조..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모음 시♠비교 시♠같은 제목 시 2017.11.02
제부도 /이재무 - 제부도 백현국 제부도 이재무 사랑하는 사람과의 거리 말인가 대부도와 제부도 사이 그 거리만큼이면 되지 않겠나 손 뻗으면 닿을 듯, 그러나 닿지는 않고, 눈에 삼삼한 사랑하는 사람과의 깊이 말인가 제부도와 대부도 사이 가득 채운 바다의 깊이만큼이면 되지 않겠나 그리움 만조로 가득 출렁거리는..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모음 시♠비교 시♠같은 제목 시 2017.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