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모음 시♠비교 시♠같은 제목 시 784

언덕 위의 집 -정희성/서영처

언덕 위의 집 정희성 이 집 주인은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문을 낮게 낸 것일까 무심코 열고 들어서다 이마받이하고 눈물이 핑 돌다 낮게 더 낮게 키를 낮춰 변기에 앉으니 수평선이 눈썹에 와 걸린다 한때 김명수 시인이 내려와 산 적이 있다는 포항 바닷가 해돋이 마을 물이 들면 언제고 ..

첫눈 시 모음 -김용화/곽재구/이원규/김진경/이현우/이진엽/이화은/박성우...외

첫눈 내리는 날에 쓰는 편지 김용화 소한날 눈이 옵니다 가난한 이 땅에 하늘에서 축복처럼 눈이 옵니다 집을 떠난 새들은 돌아오지 않고 베드로학교 낮은 담장 너머로 풍금소리만 간간이 들려오는 아침입니다 창문 조금 열고 가만가만 눈 내리는 하늘 쳐다보면 사랑하는 당신 얼굴 보입..

우체국 가는 길 -나영애/전다형

우체국 가는 길 나영애 정다운 님체취가 녹아 있는 것 같은 우체국 가는 길 육차선 달리는 타이어노래 가로수는 차양 치고 쉬어가란다 페츄니아, 색색이빙그래 웃고 옷섶 안으로 든 살살이바람 긴 나무 의자 빼준다 안개 낀 듯 아득한 젖빛 허공 꿀비떨어질 것 같은 우체국 가는 길 밤낮 ..

김완하 -봄 속의 봄/풍경 속의 풍경

봄 속의 봄 김완하 골목에는 아무도 없었다 개 한 마리 웅크려 고독한 제 잠속을 뒤적거릴 뿐, 어디 사람의 인기척이라곤 없었다 담장 위로는 목련이 목을 빼 꽃잎을 틔우다가 잠시 쉬는 사이, 개의 잠속을 들여다보았다 구름도 따라 멈추어 서서는 한동안 골목 안을 내려다보며 개의 잠..

병에 대한 시 -김명인/조지훈/신표균/이화은/허수경/김제현/공광규/박남준/신미균/이재무..외

그대는 어디서 무슨 병 깊이 들어 김명인 길을 헤매는 동안 이곳에도 풀벌레 우니 계절은 자정에서 바뀌고 이제 밤도 깊었다 저 수많은 길 중 아득한 허공을 골라 초승달 빈 조각배 한 척 이곳까지 흘려 보내며 젖은 풀잎을 스쳐 지나는 그대여 잠시 쉬시라 사람들은 제 살붙이에 묶였거..

목포의 눈물 / 김백겸 - 말년.10 / 하종옥

목포의 눈물 김백겸 햇빛이 시든 해바라기 꽃잎처럼 노래지는 오후 스포츠 색에 스마트폰을 넣고 블루투스 이어폰을 귀에 꽃은 채 산책을 나간다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을 듣는다 과거에 뽕짝이라고 경멸했던 노래 어느새 옛 가수의 비음鼻音과 선술집 작부의 젓가락 장단 같은 트로..

채석강 모음 시 -진란/문인수/서규정/서정임/양해선/김윤자/복효근/조정 외...

다시 채석강에서 진란 그를 다시는 펼쳐보지 않으리라고 두텁게 쌓인 먼지를 털어내지 않았다 밀려왔다 푸르릉 피어나는 물거품도 서로 꼬리를 물고 사라지는 이무기의 꿈만 같아 수십리 밖으로 펼쳐진 모래톱에서는 해무가 시나브로 일어나나니 칠천만 년동안 아무도 펼치지 않았다는..

히말라야 독수리/신현락-히말라야의 독수리/최동호-히말라야 독수리/박무웅

히말라야 독수리 신현락 내내 탐닉하였던 깊은 우물 바닥이 여기입니다 마른 우물의 바람이 여러 생의 지층을 밀어 올려 하늘과 가까운 산정을 이루었는지 모르겠 습니다 시간의 끝을 이루고 있는 형상이 산정이란 생각만으로도 내 겨 드랑이에는 푸른 날개가 출렁입니다 계곡에서 날아..

고양이 시 모음 -이장희/황인숙/ 이소연/김상미/조용미/김충규/조은/김연아/고형렬/송찬호....외

고양이의 꿈 이장희 시내 위에 돌다리 다리 아래 버드나무 봄 안개 어리인 시냇가에 푸른 고양이 곱다랗게 단장하고 빗겨 있소 울고 있소 기름진 꼬리를 쳐들고 밝은 애달픈 노래를 부르지요. 푸른 고양이는 물오른 버드나무에 스르르 올라가 버들가지를 않고 버들가지를 흔들며 또 목놓..

곽문연 -시를 수선하다/어머니의 텃밭/햇빛 손가락

시를 수선하다 곽문연 탈고 중인 시 한 편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틈틈이 읽는다 낡아서 보풀이 일어나는 옷처럼 시의 행간이 닳고 닳았다 옷을 고치는 수선공처럼 치수를 재고 헐렁한 행간을 박음질한다 사족처럼 너덜거리는 실밥을 뗀다 각진 모서리가 주머니 밖으로 불쑥 삐져나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