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임양호 밤사이 누가 왔나 봐요 문밖이 수북하네요 하지 못해 빛났던 말들이 저렇게나 많은 양 어둠에 기댄 순결의 높이가 참 놀랍네요 그 기다랗던 밤에 잠도 오지 않았던 것은 소리 없이 오는 그대 발자국에 귀 기울이다 동짓날 새알심같이 마음만 웅크려 하얗게 동그래졌잖아요 이 계절이면 하나씩 눈 속에서 애인들이 움트는데요 이행치 못한 하얀 약속의 페이지 같아요 모든 언약들을 펼쳐놓고 얘기 좀 해봐요 눈동자에 서로의 모습만 비추어 보며 안아주면 녹아 사라질까 마음에만 머물기로 해요 그럼 전설은 처마 밑 거꾸로 커가는 고드름의 그리움만 같아서 언젠가 제 무게로 떨어져 심장을 쑤시고 들어올 거예요 그땐 아리고 아파 녹아 없어졌다 말하진 못할 거예요 생의 흐린 날에 만나 맑은 날에 사라지는 눈사람 애인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