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탐매(探梅) / 임미리
탐매(探梅) 임미리 계단을 오르니 운선암 뒤편 각시바위에 새겨진 마애여래상, 가슴이 잘린 곳을 왼손으로 감싸고 있는 비운의 여인상, 깊이 물든 사연 바위에 깊이 새겨둔 채, 지금 어디쯤에서 붉은 꽃 피워내고 있는지 궁금해지네. 암자 모퉁이 보일 듯 말 듯 한 곳에 숨어있는 해우소에 쪼그리고 앉아 마애여래상의 사연 한 자락 모르는 척 버리려 하는데, 문틈 사이로 들어오는 향기에 놀라 눈이 휘둥그레지네. 저 멀리서 홍매화 막 피어나네. 굳이 탐매에 나서지 않아도 되겠다는 설레는 마음을 숨기는 곳이 하필 해우소라 혼자 붉어진 내 마음을 알았을까. 홍매화도 덩달아 붉어지는 이 봄, 명지바람에 휘날리는 꽃잎의 향기도 황송한데 매화는 저만 모르는지 자꾸만 붉은 미소 터뜨리네. 나는 후다닥 각시바위에 오르네. 살며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