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새재를 읽다 김겨리 한 걸음 한 걸음이 문장인 길이 있다 능선으로 제본된 목차마다 행간이 경건한 순례, 일목요연하게 펼쳐지는 둘레길이 고금으로 웅숭깊다 철릭을 입은 나무들이 호위를 받으며 첫 장을 넘기자 새재의 서곡인 주흘관에 당도하니 관문교 물소리가 풍경風磬이 울리듯 애잔한 건 쥘부채 펴듯 펼쳐진 서사를 다 서술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일출과 일몰로 빚은 윤슬로 밝히는 너덜길 따라 조곡관에 이르러 다리쉼하듯 산세를 굽어본다 발자국과 손길, 요凹와 철凸로 한 칸 한 칸 쌓은 성곽은 쉼표 없는 문장, 행갈이도 없이 편집된 질곡의 역사다 그랭이 공법으로 축조된 문장이 과거와 현재와 미래로 차곡차곡 집필되고 있으므로 등고선에 밑줄 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능선을 넘는다 주흘관에서 조곡관을 지나 조령관에 이르고 ..